적극적으로 평화 만들기 _ 우석훈 {촌놈들의 제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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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에 이은, 한국경제대안 시리즈의 셋째 권이다. 석유를 비롯한 외부 자원과 상품을 내다 팔 외부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 게다가 민족주의적 정서도 매우 강한 이 세 나라는 지금과 같은 팽창 위주의 경제 시스템을 계속 운용해나가다보면 멀지 않은 미래에 - 30년 이내에 -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무서운 경고를 하고 있다.

예언자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의 책이다. 미래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 속에서 제국주의화의 불길한 징후를 예리하게 포착해내고 있기 때문에 예언자적이다. 이라크 파병, 황우석에 대한 열광, 한류,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되었던 기독교인들 사건 등 여러 면면을 통해 드러나는 제국주의의 씨앗, “국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욕망을 이 책은 지적한다.

그만큼 도발적이다. 북한을 향한 남한 자본주의의 욕망을 지적하는 부분에서 그것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햇볕정책' 혹은 'DJ 독트린'을 둘러싼 논쟁도 사실은 어느 편이든 '남한 자본의 북한 진출'이라는 면에서는 강력하게 동의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햇볕정책에 대한 찬/반 입장의 차이는, 다시 반복하자면, 북한을 내부식민지로 전환시키는 데에서 형식적으로 상대 정부를 그대로 두고 식민지 정책을 추진할 것인가, 아니면 상대 정권을 무너뜨리고 일종의 총독부처럼 직접 관리할 것인가에 있는 셈이다. 여기에 본질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p123)


북한이 한중일 가운데 특정 국가의 위성경제로 전락하지 않고 독립적인 국민경제로 전환할 가능성은 스위스형 모델에 있다(p142)고 지은이는 말하는데, 그 과정에서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으로 경제의 생태적 전환 문제를 꼽는다.(p156) 그럴 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개발'을 앞세우며 진출하려고 할 남한의 건설자본이다. '금강산 골프장'을 보라! 특히 이 건설자본은 나중에는 '평화재건'의 가면을 쓰고 군산복합체의 앞에서 제국주의적 전쟁에 앞장설 가능성이 높은 세력이라고 지적한다.

(이 건설자본이 남한에서 왜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그것의 동작 메커니즘은 어떤 것일지가 매우 궁금해지는데, 그건 동시에 출간된 지은이의 다른 책 {직선들의 대한민국}에서 자세히 다루어지는 듯하다.)

전쟁으로 이익을 보는 방법은 명확한 반면, 평화로 인한 혜택은 불분명하기 때문에 평화라는 공공재를 위해 애쓰려는 개인은 거의 없다는 점이 딜레마라고 하는 말(p232)이 인상에 남는다. 평화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경제적 동기를 만들어내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경제학자로서 지은이의 깊은 고민이 여기에 있는 듯하다. 그냥 (나쁜 짓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유지되는 것이 평화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게 평화라는 것, 그리고 언제든 평화를 배신할 수 있는 자본의 움직임 - 건설자본, 쇼비니즘 마케팅 등 - 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되새기게 한다.

남한 경제와 사회 분위기의 제국주의화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꼼꼼히 지적하고 있는데, 일본과 중국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자세하지는 않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매우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남한의 교육 파시즘에 대해서도 조금 더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책 전반적으로, 이 분야의 전문적인 연구자들과 당사자들이 이 책을 본다면 뭔가 할 말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거시적인 시점에서 쓰인 탓에 자세히 다루지 않고 듬성듬성 넘어간 부분이라든지, 반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든지. 어쨌거나 남한의 제국주의화와 북한 문제, 자원전쟁과 생태 문제 등 매우 중요한 문제들을 한꺼번에 제기한 이 책에 대해서 많은 논란과 토론이 있으면 좋겠다.


촌놈들의 제국주의 - 9점
우석훈 지음/개마고원



+ 이 책과 저자에 대한 리뷰 몇 개

로쟈 님의 블로그에서 본 한겨레21 리뷰 - 진중권이 경제학을 전공했다면
시사IN 리뷰 - ‘명랑’한 경제학자 ‘생태・평화’를 말하다

by yiaong | 2008/07/03 12:41 | 책 libro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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