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멀다 _ Rebecca Solnit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Men Explain Things To Me} by yiaong

6년 전에 내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라는 제목의 글을 쓰려고 앉았을 때, 나 스스로 놀란 점이 있었다. 웬 남자가 나를 가르치려 든 우스꽝스러운 사례로 글을 시작했건만 결국에는 강간과 살인에 관한 이야기로 글을 맺게 된 점이다. 우리는 폭력과 권력 남용이 성희롱, 협박, 위협, 구타, 강간, 살인 같은 범주들로 서로 깔끔하게 분류되는 것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때 내가 무슨 말을 했던 것인지 이해하겠다. 나는 그것이 자칫 미끄러지기 쉬운 비탈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우리가 여성 혐오의 다양한 양태들을 구획하여 각각 별도로 다루기보다 그 비탈 전체를 이야기해야 하는 까닭은 바로 그것이다. 구획화란 큰 그림을 조각냄으로써 전체가 아니라 부분만 보게 하는 것이다. (p.197)


거침없고 당찬 어조로 리베카 솔닛이 쓴 이 책은 위에 인용한 대로 우스운 에피소드로 시작하지만, 훨씬 무겁고 심각한 사건과 주제들로 독자들을 이끈다. 미국이라는 나라조차 강간 사건이 그렇게 많단 말인가 하고 깜짝 놀라게도 된다. 사실 아주 간단한 원칙, 상대방이 여자든 남자든 동성애자든 뭐든 어쨌든 기본적으로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원칙만 지키면 될 텐데, 그것은 당연히 기본적인 원칙이어야 할 텐데, 그게 안 되어서 끔찍한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우 나이브한 얘기이긴 하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했던 젊은 논객 한윤형의 전 애인 폭행 사건 소식을 들으니 참으로 허탈하고 절망감이 든다. 갈 길이 참 멀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8점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창비

덧글

  • rumic71 2015/06/21 00:08 #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자들이 남자를 가르치려 든다는...
  • 지나가다 2015/06/21 08:20 # 삭제

    ...이런 식으로 맨스플레인이 일반화될 때마다 참 눈여겨본 고닉에게도 실망감이 드네요.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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