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n-Woo Paik Piano Recital - Schubert (2013년 9월, 예술의전당) by yiaong

공연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서 표를 구하지 못해 체념하고 있다가, 집에서 뒹굴거리던 중 우연히 홈페이지 들어가보고 취소된 표 12장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불과 공연 시작 한 시간 반 전. 부리나케 예매하고 세수하고 이 닦고 택시 잡아 달려가니 15분이나 여유 시간이 남았더라. 허허허,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음악회 가기는 또 처음이네.

연주자의 등과 뒤통수가 제대로 보이는 합창석 자리에 앉아 한 시간 반 동안 꼼짝없이 그의 음악을 들었다. 듬직한 어깨를 보면서 나의 뒷모습은 어떠할까도 생각했다. 믿음직스러운 모습이었다. 신뢰할 수 있는 연주, 혹시라도 틀릴까봐 관객이 오히려 조마조마하거나 불편해할 필요가 없는 믿음직스러운 연주였다. 늘 그러했듯이.

슈베르트의 소품들을 재배열하고 조합해서 마치 하나의 큰 작품인 것처럼 - 쉬는 시간도 없이 - 연주한 것이 오늘 연주의 특색이었는데, 덕분에 그 시간 동안 음악에 푹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백건우는 연주회마다 하나의 세계를 건축해서 우리에게 선사해준다는 느낌이다.) 어떤 곡은 마치 사람이 노래하는 듯하여, 슈베르트가 많은 가곡을 지은 노래 전문가(?)라는 사실을 떠올리게도 하였다. 곡마다 분위기는 다 다르지만 어떤 곡이든 참으로 '낭만적'이었다. 오늘 음악을 들으면서 어쭙잖게 비교를 해보자니, 바흐는 신을 위한 음악을 만들었고, 모짜르트는 신으로부터 내려온 음악이 그를 통해 흘러넘쳤다. 베토벤은 인간의 땀과 투지와 고뇌와 환희를 노래했다면, 슈베르트 같은 이는 그런 것에는 큰 관심 없고^^ 탐미적으로 인간의 감성에 충실한 아름다움을 추구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가을날에 참으로 잘 어울리는 음악이었고 한 시간 반이 말 그대로 꿈결과 같이 지나간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진 찍어도 되나..? ^^)


공연 정보 -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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