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웃을 수만은 없는 사연들 _ 성석제 {위풍당당} by yiaong

애초에 기대했던 것은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예전에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읽을 때 맛보았던 웃음의 향연이었다.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뒤로 넘어가도록 웃으며 보았다는 기억만은 남아 있다. 허나 기대가 컸던 탓인지 내가 변한 탓인지는 몰라도 이번 소설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일전에 좀 유행했던 코미디 조폭 영화들의 외피를 둘렀으면서도, 인물 하나하나의 (기막히게) 살아온 사연들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나 진지했다. 어쩌면 작가는 소설가로서,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 사람들을 글로 웃기고 울리는 재주를 가진 사람으로서 그러한 사연들을 가진 주인공들을 혹은 지금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외면하거나 가볍게 다룰 수는 없다는 어떤 책임감 같은 것을 느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암담하고 팍팍한 세상살이를 차마 유쾌한 농담으로만 웃어넘길 수는 없었던 것이 아닐까. 아주 웃긴 것도 아니고, 아주 진지하거나 문학적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닌 약간 어정쩡한 느낌을 준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래도 어느 정도 작가의 노고를 인정해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아, 그래도 최소한 한 장면. 마을 사람들이 마을에 쳐들어온 조폭들을 걸쭉한 어떤 것을 이용하여 공격하는 장면 하나만큼은 내가 기대했던 바로 그 폭소를 선사해주었다. 이번에도 지하철에서 웃음 참느라 얼굴이 일그러져서 혼났다. :)


위풍당당 - 6점
성석제 지음/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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