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정국을 지나며, 갈팡질팡 넋두리 by yiaong

한미FTA가 결국 한나라당의 날치기 통과로 국회에서 비준되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 국회 통과" - YTN, 2011년 11월 22일) 그리고 그에 따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나의 고민은, 지금 이 사태를 어떻게 파악해야 할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미FTA에 대해서는 (남의 일 아니라는 생각에)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고, 나름대로 알아보려 책도 몇 권 읽기도 했다 (우석훈(반대), 최병일(찬성), 송기호(반대)의 책들). 그리고는 FTA 반대의 태도를 자연스레 취하게 되었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경제를 잘 모르는 일개인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판단하기에는 이것이 너무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거시적 관점에서) FTA로 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하는 casaubon같은 이의 의견을 곁눈질해온 덕에 섣부른 판단을 못하게 된 면이 큰데, 이분의 설명과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깜냥은 내게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미FTA에 찬성하는 이들 중에는 아무 생각이 없거나, 제 이득과 탐욕 때문에 그리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들에 대해서는 비판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협정문의 번역 오류라든지 협상 진행 과정에서의 절차상의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지적할 수 있을 터이다. 그러나, FTA라는 사안 자체에 대해서는 지금 나로서는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 '악'으로 대상화할 수 있는 어떤 선명한 적을 상정할 수 있으면 - 가령 1%의 부자들이라든지 - 차라리 마음은 편하겠는데, 그게 아니라 현재의 지구적인 경제 시스템의 위기 상황과 맞물려있는 문제라고 하면? 그리고 그 파국의 결과가 전쟁과 같은 감당할 수 없는 사태라고 하면…?

한편, 국회에서의 날치기 통과에 대해서는 화도 나고 참 답답한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한다. 어렵고 복잡해서 국민들이 이해하기는 매우 어려운 반면에 국민들의 삶에는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이기 때문에, 기왕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으니 좀 더 시간을 갖고 설명하고 설득해나가는 과정을 갖고, 그 결과를 내년 총선과 함께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것이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처리가 되니 참 착잡했다. (물론 소박한 내 기대에는 그 어느 것보다도 민의가 중요하고 '민주주의'의 가치가 우선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면… 문제는 더 어려워진다.)

그런데 또 어느 분의 글을 읽어보면 이런 식의 날치기 처리가 현재의 국회 시스템에서는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니, 이것도 참,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만약 상황이 바뀌어 한나라당이 소수당으로서 내가 지지하는 법안의 의결을 몸으로 막고 있는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태도를 가지게 될 것인가?)

또 한편, 찬성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여러 다른 태도들이 있는 것처럼, 반대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여러 갈래, 여러 층위의 다른 태도들이 있는 것도 내가 섣불리 어떤 태도를 취하기 어렵게 만든다. 요컨대,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왜 찬성하느냐, 왜 반대하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 아무 생각이 없으면 차라리 인생 편하련만…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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