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별 거 없ㅋ엉ㅋ _ Woody Allen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 환상의 그대} by yiaong


영화 보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꽤 멋적게도, 아직 한 번도 그들의 영화를 접해보지 않은 유명한 감독들이 사실은 매우 많다. 우디 앨런도 그 중 한 사람이었는데, 드디어 이제서야 한 편 보게 되었고, 무척 즐거웠다.

돈을 많이 들여 찍은 스펙타클한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영화적으로 무슨 특별한 기법을 사용하는 것 같지도 않은, (일반 관객인 내게는) 형식적으로는 매우 평범해보이는 이 영화는, 그러면서도 '아, 영화 보는 재미가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감탄을 불러일으켜주었다. 오로지 스토리텔링의 힘과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캐릭터의 매력으로만 승부하는 정통파 드라마의 느낌. 정말로, '이런 게 바로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즐겁게 보았다.

(스포일러 주의…하라고 굳이 안 써도 되겠지? ^^; )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재미의 요소이다. 특히, 샐리(Naomi Watts)와 그녀의 보스인 그렉(Antonio Banderas) 사이의, 위험수위 넘을락 말락 하는 감정선이 표현되는 장면들이 재미있었다. 로맨틱한 데이트 뒤에 그렉의 멋진 차(역시 Audi) 안에서 작별인사하는 순간의 망설임을 보여주는 장면, 지켜보는 관객들이 '뽀뽀해!'라고 응원하기에도 - 그러면 바람 피우는 게 되니까 - 좀 찝찝하고, '그냥 가!'라고 하기엔 좀 싱겁고 아쉬운 느낌을 주는 그런 장면이 참 재미있었고, 결국 나중에 샐리가 갤러리를 그만둘 때에 그렉이 애써 둘 사이는 사적인 관계가 아니었다는 듯이 쩔쩔매는 표정으로 발뺌하는 장면도 참 재미있었다. "우리 잘 될 수도 있지 않았나요?" 하고 굳이 물어봐서 확인사살 당하는 샐리의 모습도 애처로우면서 웃겼다.

흠이 많아서 정도 많이 가는 우리의 이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다 결국에는 일이 꼬이게 된다. 오직 한 사람, 주인공 할머니 헬레나(Gemma Jones)만 점쟁이 말대로 '귀인'과 만나 잘 연결되어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할머니가 잘 된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가 끝나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즐거웠지만서도,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섰는데, 그런데…,

나중에 곰곰 생각해보니 왠지 좀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못생긴 아저씨 - 머리는 벗겨지고, 눈은 축 늘어진, 오컬트에 심취한 그 '귀인' - 이 정말 헬레나에게 귀인인 걸까? 그 'tall dark stranger'가 할머니에게 행복을 가져다줄까?

싼 티 팍팍 나는 젊은 여인네한테 빠져서 제 정신 못차리는 할아버지 알피(Anthony Hopkins)가 결국 어떻게 될지는 처음부터 워낙 뻔했다 해도, 다른 인물들 모두 좌충우돌 발버둥치다가 다들 어그러지고 만다. 특히, 남의 소설 몰래 출판해서 성공적으로 재기해보려던 로이(Josh Brolin)가 제일 불쌍해지고 만다 (끌끌끌!). 그런데, 그 와중에 할머니만 행복을 찾는다는 게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다른 인물들 모두가 이르고 늦은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다 일이 꼬여가는 파국을 맞게 되었으니, 헬레나 할머니도 (영화가 도중에 끝나버려 진짜 결말을 다 안 보여주었을 뿐이지) 결국에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결과를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감독 할아버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인생, 거 다 뒤틀리는 거고, 부질없는 거다' 였던 것이고, 다만 그것을 마치 해피엔딩인 양 속여서(!) 우리에게 보여준 사악한 음모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은 것이다.

뭐, 잘 모르겠고, 어쨌든 인생 별 거 아니라고 얘기하면서 이렇게 생생하고 활기 넘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 할아버지가 아주 귀엽게 느껴졌다. 우디 앨런 영화, 더 찾아서 봐야겠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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