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암살계획에 가담하였다가 체포된 본회퍼가 감옥에 있는 동안 부모님과 한 절친한 친구에게 쓴 편지글 모음.
그래도, 이런 편지들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지인들이 있어 얼마나 위로가 되었을까.
이분의 신학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엿볼 수 있을 만한, 아주 공감가는 한 대목.
"만일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고는 우리는 성실해질 수가 없네. 그러나 우리가 이것을 인식하는 것은 바로 신 앞에서라네. 신 자신이 우리를 강요하여 이러한 인식을 하게 하는 것이지. 이렇게 우리가 성인됨이 우리로 하여금 신 앞에 있는 우리들의 상태를 바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라네. 신은 우리들이 신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자로서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알려준다네. 우리들과 함께 있는 신은 우리들을 버리신 신이라네(막 15:34).
신이라는 작업가설(作業假設) 없이 우리들을 이 세계 속에 살게 하는 신은 우리가 항상 그 앞에 서 있는 신이네. 신 앞에서 신과 함께, 우리들은 신 없이 산다, 신은 자기를 이 세상에서부터 십자가로 추방한다, 신은 이 세계에 있어서는 무력하고 약하다, 그리고 신은 바로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함으로써만 우리들과 함께 있고 우리를 도와준다네. 그리스도가 그의 전능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의 약하심과 고난에 의해서 우리를 도와주신다는 것은 마태복음 8장 17절에 아주 분명하게 나와 있네.
- p.211, 1944년 7월 16일의 편지 중에서
이 편지들의 수신인인 에버하르트 베트게는, 갓 태어난 자신의 아이에게 본회퍼의 이름을 따 '디트리히' 라는 이름을 주었다고 한다. 어린 디트리히에게 이야기해주는 형식으로 쓴 다음 글은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나를 포함한 후세의 모든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당부라고 느껴진다.
… 그러나 우리들은 장래에 대비해서 결코 계획을 세울 수 없으며, 건설한 것은 하룻밤 사이에 파괴되고, 우리들의 생활은 우리 양친의 생활과는 달리 형태를 취하지 못하며, 형태를 취한다고 해도 단편적이 된다는 것을 경험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시대가 비록 우리들의 외면적 행복을 무시한 채 지나가 버린다고 해도, 지금 이 시대 이외의 다른 시대에 살기를 원한 적이 없었다는 것만은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다른 시대에서보다도 더욱 분명하게 세계가 진노와 자비의 하나님의 손 안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
우리들은 자기의 생을 형성하기보다는 차라리 견디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계획하기보다는 차라리 희망할 것이다. 앞으로 전진하기보다는 차라리 견디어낼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너희 젊은이들, 새롭게 태어나는 세대를 위해서 혼을 지키겠다. 그들은 그 힘에 의해서 새롭고 보다 나은 생을 계획하고 건설하고 형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179, 1944년 5월, '수례일(受禮日)의 상념' 중에서
![]() | 옥중서간 - ![]() 디이트리히 본회퍼/대한기독교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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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제 2005/01/27 13:15
얼마전 본회퍼에 관한 최근 dvd를 봤죠. 특히 나찌즘과 예술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새롭게 조명을 했더라구요(발터 벤야민의 영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그 다큐멘터리 끝 부분에 옥중서간을 만드는 과정이 나오던데, 정말 힘겹더라구요. 정말 잘 만든 다큐멘터리에요. 본회퍼의 삶을 입체적으로 잘 그려냈더라구요. 미국 오시면 꼭 보여드릴께요. 별 다섯개짜리 dvd!!
yiaong 2005/01/27 18:49
아니, 본회퍼 DVD도 있단 말입니까? 우와.. 신기하여라. 그나저나 한번 가면 몇 달 죽치고 놀다 올 각오를 해야겠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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