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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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로 본 세상 _ Jeremy Rifkin {육식의 종말 Beyond Beef}) 과 엮인 글.

요 위의 엮인 글에서는, 예전에 채식을 결심했던 것으로 나와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만두었다. 고기를 먹지 않는 것보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이 내게는 더 절실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쨌든 예전만큼 육식을 즐기지는 않는다.

그 대신 확실하게 끊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햄버거다.
사실 햄버거의 여러 문제들은 이제는 알려질 만큼 알려져 있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패스트푸드의 제국' 이라는 책도 나와 있고. 나도 아래 글에서 소개한 '육식의 종말'을 읽고 나서는 패스트푸드를 더 이상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커진 참이었다.

그런데 언제나 문제는 몸이, 습관이 거기에 따라가는 것이 더디다는 것일 게다. 혼자 놀기 좋아하는 내가 식사를 하기에 가장 만만한 곳이 햄버거 가게여서 자주 가곤 했고, 또 한동안은 OKCashbag 포인트 적립되는 재미에 홀려서! 더 자주 가기도 했기에 그 관성이 상당히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내 발길을 뚝 끊게 만든 사건이 생겼다. 배달호라는 이름의 한 두산중공업 노동자가 분신 자살을 한 것이었다. 이후에 내가 들은 것은 그 회사의 가혹한 노동운동 탄압 끝에 그가 죽음에 몰리게 되었고, 두산 그룹이 운영하는 회사 중에 내가 자주 애용하던 KFC와 버거킹이 속해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은 좀 엉뚱한 이유라고 할 수도 있겠다.
"계열사라고 해도 그렇지, 중공업 회사랑 햄버거 회사랑 뭔 관련이 있겠냐?",
"그런 식으로 따지면 삼성에서 나온 전자제품, 나이키 신발 등등 다 사지 말아야 할 것 아니냐!",
"네가 그런다고 뭐 하나라도 바뀔 거 같냐?"
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인정한다. 그렇지만 그 당시 나는 뭐랄까, 울고 싶은 때에 뺨 한 대 제대로 맞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가 살면서 어떤 일관된 신조나 원칙을 지키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어느 때 한 순간, 무엇인가가 나의 마음에 크게 와닿을 때가 있을 것이다. 최소한 그런 때만이라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내 사소한 일상의 행동 패턴을 바꾸는 계기를 삼는다면 그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한 사람의 작은 행동 하나가 바뀐다고 사회가 좋게 변화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한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사회는 절대! 좋아질 수 없다. 난 그렇게 믿는다.

어쨌든 그래서.. 내 사전에 햄버거는 없다. 사실 '난 인제 햄버거 같은 거 안 먹는다~!' 하고 진작부터 자랑하고 다니고 싶었지만 최소한 일 년은 지나야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좀 참자 생각했는데, 그러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젠 그냥 자랑할 것도 아닌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것 같다. :)



(하지만 여전히, 뭘 먹고 살아야 하는가는 큰 문제다. 햄버거는 안먹지만 아직 많은 인스턴트 식품들을 즐기고 있고, 또 이번에는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만두가 크나큰 배신을 했으니.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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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제 2004/06/12 09:59
오...대단하십니다!! 음식을 조정하는게 가장 힘든 일인데...버거킹은 "굿 바이 레닌"에서 아주 인상적으로 나오더군요.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표현되더군요...재미있는 영화였는데.

신독 2004/06/12 10:02
ㅎㅎㅎㅎ... 햄버거 사줄까?

yiaong 2004/06/12 14:46
전에 그 영화 보시고.. 뭐라 그랬죠? 신과 함께 가라 + 매트릭스였다고? 언젠가 빌어다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햄버거 사주려면 돈으로 주시오. 두 배로 받아주겠소. :)

난봉꾼 2004/06/12 22:54
내 친구 하나가 생각났다. 정동교회 중학교때 부터 친구로 지냈던 녀석인데 어느날 인도로 철학수행을 갔다왔지. 인도 다녀와서 그 친구의 방엔 달라이 라마 사진이 걸려있었구 난 그 친구가 불교로 개종한 줄 알았지. 작년 여름 그 친구의 방에서 모기 한마리를 잡았는데 그녀석 펄쩍 뛰더군. 자신의 방에서 살생을 했다고.... 기가 막혀 하는 나에게 그 녀석 하는 말은 "다른 건 다 못지키고 이율배반적이라고 비난해도 생명을 존중하고 살생을 하지 않는 건 지키고 싶어." 네 생각도 이런 거 아닐까? 자신이 생각하는 것 중 일부는 끝까지 지키고 싶은 거. 그거 하나로 자신의 자존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거 말야.

근데 그 친구 저녁에.... 나랑 친구들이랑 같이 개고기 먹었어. 복날이었거든
..... 배고프니까~!

난봉꾼 2004/06/12 22:58
그 녀석의 종교관 또한 복잡하고 엉뚱하지 집에선 불교식 수양을 하는데 가끔 교회에서 기도도하구 성당에두 가구... 잡식성 다원주의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범신론자??? (사실 나두 범신론자에 가깝긴 하지....)
나 이거 퍼간다~. ^^

세바스찬 2004/06/13 00:01
아~ 저는 이미 육식의 종말과 음식혁명을 읽은지가 2년 전이라...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복이 안된다는 점이 무지하게 안타깝습니다.--
한 3개월 정도는 끊은(?)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 결심히 계속 가실 수 있길 바래요~^^

yiaong 2004/06/13 00:21
저도 그런 거죠 뭐. 다른 부분에서는 무지하게 낭비하고 막가는 것도 있는데.. 지키고 싶은 거 몇가지가 있죠.
그리고 저는 '범재신론자' 라고 감히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배운건 써먹어야지 ㅎㅎㅎ)

흐.. 저도 경험했는데, 정말 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건 쉽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햄버거 쯤은 이제 쉽게 외면할 수 있게 됐어요. '저건 사람이 먹을 게 아냐.' 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버리거든요. :)

by yiaong | 2004/06/12 02:43 | 자취 rastro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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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권보아팬 at 2009/06/11 21:31
파이팅입니다!!
자신의 결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건 멋진거에요!!
Commented by yiaong at 2009/06/11 23:02
^^ 감사합니다.
이 글 쓴지는 딱 오 년 됐는데, 지금도 여전히 햄버거는 안 먹고 있어요.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잘 지키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압박감을 주지 않도록 하려면 좀 너그러운 마음씨도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종종 드네요.
Commented by 말리꽃 at 2009/06/12 00:27
5년이나 된 글이야? 오..... 햄버거 맛있는데....^^:;
그럼 크라제 버거도 안먹어? 완전 맛있는데 ㅋㅋㅋ
Commented by yiaong at 2009/06/12 00:38
맞다. 그거 맛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것도 같은데, 기회는 없었네.
그래도 뭐, 굳이 찾아서 먹고 싶은 생각은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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