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예수의 삶이야! _ 한완상 {예수 없는 예수 교회} by yiaong


제목이 말해주는 그대로, 예수를 믿는다 말은 하지만 정작 그 안에 예수는 없는 이땅의 교회들을 비판하는 책이다. 사회학자이면서 신학도 공부한 바 있는 지은이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개신교) 교회들을 꾸짖으며, 교회가 회복해야 할 것은 역사적 예수의 삶을 따르려는 이른바 ‘예수따르미’의 태도라고 말한다.

책은 설교 또는 에세이 형태의 글 모음이고 문체도 ‘~ㅂ니다’ 의 구어체이다. 기대했던 것과는 약간 다른 책의 모습에 나로서는 좀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내용에는 거의 동의한다. 이땅의 교회들이 보여주고 있는 혐오스러운 모습들이야, 그 안에 갇혀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누구나 이미 끔찍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책 전체가 일관된 흐름과 구성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개별적으로 씌어진 글들의 모음이기에 주제가 분산되어 제시되기도 하고 있고, 설교 형태의 글이다보니 엄밀한 분석과 비판이라기보다는 약간은 무딘 꾸중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예수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지워버리고 교리 속에서 박제가 되어버린 구세주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이런 책을 좀 보고 뭔가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할 터인데, 죽비로 머리를 내리치는 충격을 줄 수 있어야 할 텐데 과연 얼마나 그럴 수 있을는지는 잘 모르겠다.

(괜히 으스대려는 건 아니고) 나로서는 이미 대부분 많이 들어와서 알고 있는 내용이라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은 많이 없었지만, 많은 교회들에서 예배 때 포함시키고 있는 ‘사도신경 The Apostles' Creed’ 에 예수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빠져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신선한 깨달음이었다.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 ” 라고 되어있지 않은가. 이것이 처음 만들어질 때에는 그 당시 많은 이단사설들 사이에서 올바른 신앙의 기준을 확립하기 위한 역할을 하였겠지만, 지금 이 시대에 교회에 요청되는 예수의 삶의 내용이 삭제되어 있다는 것은 이것을 매번 암송하고 있는 신도들, 교회들의 신앙의 태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도 만든다. 예수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고, 죽어서 우리를 ‘구원해주었다는’ 것에만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한편, 지은이는 미국에 갔을 때 역사적 예수 연구 모임 중 하나인 ‘예수 세미나 Jesus Seminar’의 영향을 받았음을 밝히고 있고, 책 뒷부분에서는 그 쪽의 시각에서 바라본 것으로 보이는 몇몇 부분의 (새로운) 성서 해석을 소개하고 있다. 이를테면 예수가 “누가 왼뺨을 때리거든 오른뺨을 돌려 대라” 하고 말한 것은, 비폭력적인 ‘저항’을 설교하는 구절이라는 해석이다. 말하자면 맞을 것을 각오하고 더 적극적으로 들이댐으로써 때리는 이의 부당함을 폭로하라는 것인데,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러한 해석이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하면서도 동시에 지은이가 이러한 해석이 역사적 예수 연구의 다만 ‘한 가지’ 관점이라는 것을 좀 더 분명히 밝혀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얼핏 듣기로 역사적 예수 연구도 여러 시기와 발전 단계를 거쳐왔고, 그에 따라서 예수라는 역사적 인물을 다루는 관점도 계속 달라져왔다. 그리고 지은이가 영향을 받은 ‘예수 세미나’는 역사적 예수 연구 그룹들 중에서도 주류는 아니라고 알고 있다 (참조 - 익명의 덧글이지만 이쪽 분야 전문가의 견해이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새로운 해석을 소개할 때에도, 그것이 여러 해석의 가능성 중의 하나임을 좀더 분명히 밝히는 것이 바른 태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성서 해석이라는 것 자체가 절대적인 하나의 정답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은 기본적인 전제이므로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일반 독자들 대상으로 하는 이런 책에서는 좀더 명확하게 ‘이런 식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안 그러면 ‘하나의 통일된 역사적 예수 연구 시각이 있고, 거기에서는 저런 구절을 저렇게 해석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거나, ‘내가 이전에 알던 건 틀렸고 이게 맞구나!’ 하고 생각해버릴 수가 있으니 말이다.


ps. 책 모양새가 예쁜 것은 좋으나, 종이가 너무 두껍고 무거운 것은 감점사항이다.


예수 없는 예수 교회 - 8점
한완상 지음/김영사



The title of this book might be translated as "The Jesus' Church without Jesus". The author Wan-Sang HAN is an important sociologist in South Korea, and also had studied Christian theology. He strongly criticizes the protestant churches of South Korea who have decayed secularly and seem to believe only the deified Jesus in a dogma. According to him, we have to learn and follow the life of Jesus rather than to adore blindly treating Him as a transcendental God. Under the influence of the outcome of research by the Jesus Seminar, he introduces some new perspectives on understanding the Christian Bible.




CCL 안내


Creative Commons License

이 블로그의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센스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