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지금까지의 내 피상적인 인상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다른 나라들을 착취하여 자기 배 불리며 잘 사는 나라, 그러면서 자기 국민들에게는 적당히 먹을 것을 주어 별 비판 의식 없게 만들어 통치하는 나라' 정도였다.
이 책을 보고 난 다음 알게 된 것은, 세계 곳곳에서 자기의 세력권을 넓히기 위해서 전쟁을 일으키고 인민들의 저항을 압살한 정도가 생각보다 무척 심하다는 것과, 그래서 '제국'이라 부르는 것이 단순히 수사적인 것이 아니라 마땅히 그렇게 불릴 만한 자격이 있다는것이고, 그 와중에 미국 내부에서도 무시못할 갈등과 저항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 새삼 무서운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등 남미에서 자주적인 정부를 세우려 했던 혁명군을 진압하기 위해 암살과 테러를 조직하고, 이란의 석유를 영국으로부터 되찾아 국유화하려는 모사데그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키게 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 혼란을 부추기기 위해 교묘하게 불량배들까지 동원하는 고도의 안티 전략까지 쓴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행위의 뒤에는 돈이 있다.
1930년대 일본이 아시아대륙을 침공했을 때에도 미국은 구경만 하고 있다가 일본이 주석, 고무, 석유의 미국 공급원인 동남아시아까지 침공하자 동경의 파시스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p134)
(프랑스와 베트남의 전쟁에서) 미국은 표면상으로는 아시아의 공산주의를 막기 위한 것이라 주장하며 프랑스 총 전비의 80%를 부담하였다. 그러나 1953년 의회문서에 나와 있는 것처럼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 문서에는 "인도차이나 지역은 쌀, 고무, 석탄, 철광석이 엄청나게 풍부하다. 이 지역의 위치는 동남아시아의 다른 지역으로 진출하기 위한 전략적 열쇠가 될 만큼 중요하다"고 나와 있다. (p178)
쿠데타가 일어난 48시간 동안 CIA는 새로운 이란 정부가 사용할 수 있도록 500만 달러의 돈을 은밀히 마련하였습니다. 영국이란석유회사는 영국석유회사로 다시 이름을 바꿨고 미국의 석유회사들이 그 석유산업의 40%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p268)
이놈들, 무서운 놈들이다. 민주주의니 뭐니 다 소용없고, 자기 나라 이익이 최우선이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보는 최우선이 아니라, 잔인하게 죽이고 없애고 전쟁을 일으키더라도 꼭 지켜내려고 하는 최우선이다. 앞으로 전 인류나 세계에 도움이 될 어떤 체제개편이나 기술적 발전이 있다 해도, 그것이 미국의 주도권 아래 있지 않다면 가차없이 무너뜨리려 할 것이라 예상한다면, 내가 너무 쫄아있는 것일까?
게다가,
하워드의 말: "중동에 대한 미국의 간섭은 민주당 정부에서도 공화당 정부에서도 계속되었습니다."
민주당 출신 지미 카터 대통령은 중동 개입을 시작했고 그를 이어 대통령이 된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은 이를 계속해서 확대해 나갔다. 카터는 무자헤딘이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과 싸우도록 원조했다. 1980년 1월 카터는 연두교서에서 카터 독트린을 발표하였다.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겠습니다. 페르시아 만 지역의 지배력을 얻기 위한 외부세력의 어떠한 시도도 미국의 이익에 대한 중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것이며, 미국은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그러한 공격을 물리칠 것입니다." (p274)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게 있다면, 부당하게 억눌리고 피흘린 세계 여러 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도 자국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져왔다는 것일 것 같다. 아무래도, 이 지은이의 대표작이라 하는 {미국민중사 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도 꼭 읽어보아야만 하겠다.
![]() | 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 - ![]() 마이크 코노패키 외 지음, 송민경 옮김/다른 |
+ There is an interesting video about this book and Howard Zinn in Amazon.com. It is worth watching. (The narrator is Viggo Mortensen - 'Aragorn' of {the Lord of the Rings}.)
A People's History of American Empire (American Empire Project) by Howard Zinn - Amazon.com







덧글
^^ 2009/01/16 18:08 # 삭제
yiaong 2009/01/17 00:53 #
MNN 2010/03/22 00:50 # 삭제
yiaong 2010/03/22 14:45 #
기픈옹달 2010/08/13 01:18 # 삭제
뒤늦게 하워드진의 책을 읽고 미국넘들이 얼마나 나쁜 넘들인지 알았다는...
게다가 좀 괜찮다고 생각했던 대통령들도 별반 차이 없더군요.
yiaong 2010/09/06 12:55 #
사실 따지고 보면 나쁜 넘들 아닌 넘들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우리라고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