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11일
불도저 앞의 예술 _ 우석훈 {직선들의 대한민국}
http://yiaong.egloos.com/4480910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이명박 운하) 계획을 계기로, 건설공화국 대한민국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크고 반듯반듯한' 심성들을 들여다보는 책. 지은이는 '대운하'라는 이 무모한 계획이, 이명박이라는 특이한 인물의 출현으로 인해 등장한 것이 아니라 남한의 연안에서 내륙 지역을 향해 움직여가고 있는 '개발'의 힘이라는 더 큰 흐름 가운데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p112) 즉, 이명박이라는 한 개인이 없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아무런 편견도 없고 아무런 정치적 지향점도 없는 순수한 민간인(?)에게 새만금 방조제를 보게 하면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 역시 찬성과 반대로 나뉠 것인데, 경제적 조건이나 정치적 선택과 상관 없이 실제로 사람들의 반응을 나누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그 차이 때문에 '생태경제학'에서 '생태 미학'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같은 방조제를 보면서 어떤 사람은 '장관, 자랑스러움, 뿌듯함, 국운의 융성'과 같은 단어를 연상하고, 또 어떤 사람은 '안타까움, 안쓰러움, 생물의 죽음, 아픔'과 같은 단어를 연상한다.
(...)
새만금의 거대한 직선 방조제 위에 서면 누구나 자신의 미학이 시험대에 오른다.
(...)
우리가 사회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끼는 방식과 개인들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방식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는 것. 그것이 우리 안의 개발주의, 성과주의, 건설주의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p56-58)
겉으로는 차이가 있어보일지언정, '골프장 300개 시대'로 경제를 살려보려했던 노무현 정부와 '대운하'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부 사이에는 생태적 측면에서는 둘 다 똑같이 악질적인 정부라는 비판을 비롯하여, 개발주의와 건설주의에 매몰된 사회 각 부분, 각각의 인물들에 대해 매서운 비판을 날린다. 그 덕분에 무척 재미있게 읽히기도 하는데, 소설, 음악, 영화, 만화, 아파트 광고 등 각종 매체와 예술분야에 대해 지은이가 갖고 있는 해박한 지식과 관점을 엿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에서 소설을 쓰고 싶어 도망쳐 온 공지영은 분당 아파트에 갇혔다. 가장 먼저 생태시학을 주장했던 김지하는 일산의 오피스텔에서 더 이상 상상력을 발동하지 못한다. 1990년대 '엘리베이터'에 갇혔던 작가 김영하는 2007년 다시 고시원에 갇혔고, '압구정동'에 갇혀 있던 유하 감독은 2006년 여전히 '비열한 거리'에 갇혀 있다. 수많은 드라마 PD들은 여의도에서 청담동 사이의 88도로 안에 갇혀 있다. 그리고 1990년대 예술혼을 갖추고 싶어 하던 건축가들은 테헤란로에 갇혀 있다. 도시 빈민 미학의 진실성이 은폐되고 각색되는 동안 도시 미학이 만개한 2000년대의 미술계는 삼성그룹의 용인 창고에 갇히고, 조각예술은 홍대와 대학로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영화는 강남역 사거리에 봉인되었고, 음악은 증발되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전국에 모세혈관처럼 흩어진 만화가게를 통해 꿈틀거리던 만화는 인터넷 한구석에서 숨만 겨우 헐떡거리는 시대가 되었다. (p134)
그리고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개발과 건설의 불도저를 멈추기 위해서는 '도시적 감성' 따위는 집어치우고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미학적 관점이 달라져야 하며 그 맨 앞자리에 문화와 예술이, 예술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시대는 어떻게 가능한가. 그것이 민주화로, 개혁으로, 혹은 개량으로 가능한가? 나는 시대가 아름다움에 대해서 논의하거나 감상하고, 더 많은 사람이 스스로 창작자가 되어 자신만의 예술을 구현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모여야만 '대안'이라는 것이 나올 수 있다. 예술가들이 할 말이 더 많은 사회가 열렸으면 좋겠다. 건설 미학 사이로 생태 미학이 등장해서, 긴장하고 때로는 화해하고, 때로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의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시대. 이것이 이 어두운 이명박 시대에 잉태되었으면 하는 '아름다운 시대'의 모습일 것 같다. (p222)
그렇다고해서, 자연과 생태의 아름다움을 직접적으로, 노골적으로 들이미는 방식은 참 재미없다는 지적도 아울러 하고 있다. 환경영화제에 나오는 영화들이 훌륭한 생태 영화이기 이전에 좋은 영화였으면 좋겠다(p202)는 지은이의 말에 적극 공감하게 된다. 예술을 만드는 창작자들, 그것을 수용하는 소비자들 모두 많이 생각하고 높은 안목을 길러야 할 필요가 있다.
+ '골프장 300' 으로 검색해보니, 지은이가 예전에 썼던 신문 컬럼도 찾을 수 있었다.
우석훈 - [여기는명랑국토부] 극우와 자칭 진보들의 ‘19홀 골프’ (한겨레, 2007년 3월 8일)
+ '청계천 물고기 떼죽음' 으로 검색해서 몇 가지 기사를 찾았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청계 인공하천'을 도시조경사업의 결과물인 거대한 어항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비만 오면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적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 [논평] 청계천을 물고기들의 공동묘지로 만들 것인가 (2006년 6월 9일)
다음 기사를 보니, 이에 대해서는 도로 청소라는 미봉책밖에 없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도로 청소해 물고기 떼죽음 막는다 (조선일보, 2008년 1월 21일)
![]() | 직선들의 대한민국 - ![]() 우석훈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 by | 2008/07/11 12:16 | 책 libro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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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한다. (이 건설자본이 남한에서 왜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그것의 동작 메커니즘은 어떤 것일지가 매우 궁금해지는데, 그건 동시에 출간된 지은이의 다른 책 {직선들의 대한민국}에서 자세히 다루어지는 듯하다.) 전쟁으로 이익을 보는 방법은 명확한 반면, 평화로 인한 혜택은 불분명하기 때문에 평화라는 공공재를 위해 애쓰려는 개인은 거의 없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