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고, 공부하기 _ 지승호 우석훈 {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by yiaong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경제학자 우석훈을 만나 나눈 이야기. 우석훈의 책들을 재밌게 또 깊이 공감하며 읽은 바 있고, 요즘도 그 분 블로그에 자주 가서 글 읽고 있는 참이어서 상당 부분은 귀에 익은 내용이었다. 아직 읽지 않은 두 권의 책 - {도마 위에 오른 밥상}과 {아픈 아이들의 세대} - 도 조만간 마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태적으로 '위험지역'으로 분류할 만한 이 서울이라는 곳에서 지내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지승호 자신의 예리한 질문들을 가지고 인터뷰를 이끌었다기보다는, 우석훈이 책들을 통해 제기했던 예리한 문제의식들을 다시 물어보면서 경제를 중심으로 남한 사회의 허술한 시스템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비판한 내용이다. 때문에 책의 만듦새는 썩 훌륭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이 인터뷰가 가치를 갖는 까닭은 우석훈이 이 사회에 던진 짱돌이 워낙 중요하고 시급하며 더욱 많은 사람들사이에서 공유되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외부 자원과 외부 시장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의존도, 그리고 미국을 등에 업고 힘을 가져보고 싶어하는 패권주의와 맹목적인 '국익'의 추구가 결국 에너지, 자원 부족과 맞물려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경고는 우리가 정말 심각하게 들어야 한다. 여성주의, 지역주의 등을 비롯한 사회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생태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말에는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합리적이고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많이 떠들고, 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가슴에 깊이 남는다.

내가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 남들도 같이 읽어봤으면 하는 부분들을 아래에 발췌해봤다. 좀 길다.


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 8점
우석훈.지승호 지음/시대의창




지승호
조만간 큰 공황이 닥칠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 경제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시나요?

우석훈
워낙 중첩된 일이기는 한데 딱 두 가지만 꼽으라고 하면, 부동산 거품경제의 대외의존도 문제를 꼽고 싶습니다. 건설자본을 먹여 살리느라고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재원을 다 썼거든요.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놓은 국책사업과 공공건설만 해도, 5년간 앞으로 사용해야 할 재원을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나머지 사람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결국 죽어라고 수출하는 수밖에 없고, 우리 경제 규모를 수출만으로 만들려고 하면,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점차적으로 제국주의 경제로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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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
대안을 개발에서만 찾고 있으니까 환경문제도 많이 생기고, 나중에는 정말 멈추지 못하고, 전쟁까지 우려하게 될 상황을 걱정하시는 것 같은데요.

우석훈
유럽은 사실 20대 문제를 외부 식민지를 두면서 많이 해결한 거거든요. 지금 우리나라도 식민지를 두지 않으면 안 돌아갈 시스템처럼 가는 것 아닙니까? 다른 나라도 바보가 아닌데, 누가 우리나라한테 당하고만 있겠어요. 그러니까 좀 미국한테 붙어서 식민지 비슷한 거라도 해볼까 그런 거 아녜요? 불균형이 너무 많아져서 그렇게 되는 거예요. 내부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지 않으면 이런 과정이 급격해질 겁니다. '황우석'부터 '디워'까지 관통하는 것은 수출이 된다는 것 딱 하나였거든요. 외국에서 돈을 벌어올 수 있다는 것만 있으면 뭐든지 똑같은 구조로 들어갈 거라구요. 와이브로(무선 인터넷 서비스)도 똑같은 거죠. 옛날에 개선장군이 외국에 가서 이기고 오면 이겨서 좋아하는 게 아니고 전리품(노예, 물자)을 가져와서 좋아하는 거거든요. 그렇게 갈 건데, 그것을 막기 위해서 이런 것은 아니라고 얘기해줄 수 있는 힘이 너무 약하다는 거죠.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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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
예측하기에 가장 가까운 전쟁은 어떤 형태일까요?

우석훈
무엇보다 한·중·일 전쟁이 맨 먼저 예상되는데요. 왜냐하면 세 나라 다 공격적인 데다가 외부 자원이나 외부 시장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계 여러 군데서 경쟁하게 되어 있거든요. 경쟁이 제어되지 않는 상태가 되면 알 수가 없는 일이죠. 그러니까 이 세 나라에서는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굉장히 많이 얘기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 세 나라에서 힘쓰는 사람들이 전부 다 전쟁을 하자는 쪽에 힘쓰잖아요, 정치적으로. 그건 안 좋은 징조죠. 이를테면 석유파동 같은 게 3~4년 후에 났어요. 그러면 한국이 필요하니까 석유를 사올 것 아닙니까? 유조선이 남지나해를 돌아오는데, 중국이 막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우리도 기름이 없는데, 너희들 너무 많이 사간다. 조금만 사가라" 고 막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사실 탈레반도 너무 멀어서 그런 거지, 필리핀 정도였으면 (군대가) 갔을 것 아닙니까?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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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좋은 것을 자꾸 제시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안 하고도 이렇게 하면 좋다는 것을 자꾸 제시해야죠. (...) 물론 반대 자체도 불필요하다고 할 순 없는데, 반대만으로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구현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가령 "월드컵이 너무 쇼비니즘으로 간다" 는 식의 비판만 할 게 아니라 평소에 재밌는 것을 많이 만들어가는 것이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얘기죠. 축구 응원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고,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뿌듯한 것들을 많이 만들어야죠. 문화가 풍부해야 한다는 게 "아무 것도 놀 게 없으니까 내가 거기 가서 4년을 박수친들 뭐가 나빠?" 그러면 할 말이 없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재밌는 것을 많이 만들어서 "더운데 아직도 거기서 박수치고 있냐?" 고 해야 하는 거죠. (웃음) 그러니까 반대를 할 때는 그 반대하는 현실을 개선할 대안을 만들어서 가야 그 반대가 의미를 갖는 것 아닌가요? 이를테면 {디워}가 나쁘다, 재미없다고 얘기할 필요가 없는 거죠. 어떻게든 재밌는 영화들을 만들어놓으면 그거 보라고 등 떠밀어도 안 보거든요.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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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
애들이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되면 다양한 형태의 삶을 생각해볼 수 있을 테니까요.

우석훈
자기 것(오디오)이 있으면 자기 CD를 사고 싶을 거잖아요. 엄마, 아빠가 한 장씩 사주고, 자기도 한두 장 사면 서너 장은 사게 되잖아요. 그러면 1년에 30장쯤 살 수 있거든요. 그렇게 중·고등학교 6년을 보내면 180~200장은 될 텐데, 그때 추억을 갖고 사는 거거든요. 그렇게 자기 컬렉션이 있는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풍부함과 만날 MP3만 듣고 사는 사람의 풍부함은 차이가 큰 거죠. 그게 얘들 과외 시키는 돈에 견주면 그리 큰 돈도 아니죠. (...)

문화는 많이 사용하되 자원은 덜 사용하고, 한가로운 시간은 많은데 욕심은 좀 절제되어 있는 정도의 사회는 자본주의에서도 오래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꼭 사회주의 혁명이 되어야만 오는 게 아니고, 한국 자본주의에서도 그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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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
만약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이나 이건희 회장을) 구속하면, 벌떼처럼 일어나서 "경제가 어려운데" 라고 얘기하지 않겠습니까?

우석훈
그것은 말이 안 되죠. 엔론이 에너지 기업인데요. 부시가 에너지 쪽에서 정치자금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들 짐작했는데, 결국 회사가 문 닫고 사장인가 부회장인가는 그 과정에서 쓰러져 죽고, 할아버지가 80년형을 받았어요. 그리고 장부 처리했던 아더 앤더슨은 굉장히 큰 컨설팅 회사였는데, 망했어요. 그러면 미국 경제가 죽었냐 하면 아니었잖아요. 그런 투명성 위에 대기업이 서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오히려 저는 적절한 선에서 책임을 지는 게 한국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낫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자본주의는 그렇게 움직였거든요. 불투명하고 찝찝하다고 생각하면 규모가 그 이상 커지지가 않아요. 국민경제로 보면 이것을 처리하는 게 좋냐, 그냥 넘어가는 게 좋냐 하면, 미국식에서 보듯이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으로 자본주의를 만들었거든요. 처리 안 하고 그냥 넘어간 게 중남미식이잖아요. 그래서 중남미 기업들이 안 커지잖아요.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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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미국 중서부 모델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그런 도시에서는 소비자협동조합도 강하구요. 개러지 마켓이라고 해서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운영하는 값싸고 낭비를 줄이는 것들이 잘 발달되어 있거든요. 박원순 변호사가 하는 아름다운 가게가 상당부분 미국 모델에서 가지고 온 건데, 공식적으로 미국이 이렇게 표방하고 있다거나 전문가들이 말하는 미국은 이렇다고 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유럽식 연대라고 부르기는 어려운데, 나름대로 지역공동체 같은 것을 계속 만들면서 한계점들을 보완하거든요. 미국 모델로 간다고 할 때는 그 안에 내재된 다문화적이거나 다원적인 것들까지 가져와야 그 모델이 폭발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시장만 가져오면 마치 금세 미국처럼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결코 그런 건 아니죠.
중남미에서 실험을 해봤잖아요. 역시 실패한 거잖아요. 신자유주의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나라가 아르헨티나 같은 덴데요. 거기도 사실 처음에는 인디오 정신 같은 게 없었는데, 이건 아니다 싶으니까 새로 만든 거거든요. 자기들끼리 왜 서로 도와야 하는지, 새롭게 인식한 거죠. 유럽 게 좋다느니, 미국 게 좋다느니 하는 얘기만 할 게 아니라 그런 사회가 어떻게 해서 폭발하지 않고 움직이는지, 그 속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고민을 너무 하지 않은 것 같아요.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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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한국은 어떤 자기 스스로 제어하는 장치가 없는 상태예요. 그게 여성주의에서도 나올 수 있고, 지역주의에서도 나올 수 있는데요. 실제 여성주의도 생태주의와 결합되지 않으면 여성들의 욕구만으로 담론이 흘러갈 수 있거든요. 지역주의도 생태공동체라든가 이 마을을 어떻게 하면 안정시킬 것이냐에 대한 생태적 고민을 하지 않으면 '땅값만 오르면 장땡' 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사실 지난 5년 동안 '개발이 되어서 땅값 오르면 우리 지역이 잘살게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해온 거잖아요. 이런 게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죠. 이걸 국가 단위로 모아보면 결국 온 국민이 욕망덩어리가 되어버린 거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높은 수준의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장치가 현재의 자본주의에는 없다니까요. 모든 사람한테 큰 아파트를 주고, 큰 승용차를 주고, 전국을 돌면서 놀 수 있게 돌릴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거든요.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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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땅값이 오르게 되면 아무도 어려운 기술 투자나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진출 같은 거 안 하거든요. 앉아서 돈 버는 길이 있는데, 어려운 것 하겠냐는 거죠.
제가 한국 경제에서 최고 악질로 보는 것이 에버랜드 같은 존재입니다. 에버랜드는 돈을 모을 수 있는 힘이 있잖아요. 그런데 너무 빤한 걸 하잖아요. 놀이동산, 아파트, 골프장 등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아녜요. 삼성 가운데 가장 한가하게 돈을 모으는 에버랜드가 그러고 있으면 일반 기업들이 어려운 일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에버랜드가 그렇게 돈을 버는 걸 보면서 다른 기업들도 "우리도 에버랜드처럼 하자" 고 하겠죠. 당연한 거잖아요. 에버랜드처럼 늘 이기는 방식이 있잖아요. 그것은 깨져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수익이 높은 거는 위험도 크고, 수익이 낮은 거는 위험도 적은 게 정석이잖아요. 그러다보면 여러 가지 다양한 게 생기는데요. 에버랜드는 위험은 아주 적은데 수익은 아주 높게 나온 거잖아요. 나머지 재벌들도 에버랜드 카피 형태가 되니까 국민경제가 위험해진 거죠.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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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
새만금특별법은 어떤 문제가 있나요?

우석훈
지금 상태에서는 그걸 농지로만 개발하게 되어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현행법 절차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농사짓는 거 말고는. 그래서 특별법이 필요한 거예요. 이게 보통은 절차상으로 논의가 된 게 없기 때문에 대선 이후에 논의할 거였는데, 실제로 대선 중간에 묻어서 가버린 거죠. 반대하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통과도 시켜버리자고 한 거죠.
바로 이렇게 갯벌 죽이는 데 앞장섰던 사람들이, 석유 유출 터지자 갑자기 돌변해서는 "아이고, 갯벌이 죽는다" 면서 생 쇼를 다 한단 말이죠. 불과 한 달 전에 특별법 통과시킨 사람들이 그러고 자빠졌다구요.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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