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혀있는 바퀴들 _ 강양구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by yiaong


얼핏 생각하기에 그 자체로는 좋은 것이거나 최소한 가치중립적일 것이라고 여겨지는 과학과 기술. 이 책은 과학과 기술이 사회와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사회의 여러 힘들과 맞물려 돌아가는 것임을 다양한 예를 들어 보여주고, 또 그렇기 때문에 과학기술인들이 그에 대한 소양을 갖춤과 함께 일반 시민들도 관심을 갖고 정책 결정 과정들에 참여하게 될 때 과학기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으리라 이야기한다.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말, "한 과학자의 위대성은 그에게서 과학을 빼놓았을 때 남아 있는 것에 달려 있다."(p156) 는 말이 무척 인상적이다. 황우석 사기 사건 때, 내 주변의 이공계인들 중에는 그들에게서 '과학'을 빼놓았을 때 국익이라는 허상 즉 권력과 돈에 대한 욕망 밖에 안 남을 것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교회에 다니면서 배운 바로는 이른바 '영성'이라는 것은 전체와의 관계를 통찰하고 파악할 수 있는 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말이 떠올랐다. 물질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필요한 영성이 있다면, '모든 것이 다 얽혀있다' 는 깨달음이 아닐까.

과학과 기술은 독자적인 체계 속에서 독립적으로 발전해나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권력을 쥔 이들과 자본을 가진 세력의 의도대로 이끌리고 있다는 것, 생활 깊숙하게 스며든 기술들도 일반 사람들의 편익이나 공공성보다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된 경우가 많다는 것, 조심스러운 숙고 없이 개발/사용된 기술들이 핵폭탄이 되고 광우병이 되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매일매일의 내 평범한 일상이 그러한 잘못된 선택들의 결과를 때로는 잘 몰라서, 때로는 알고도 짐짓 눈감으며 지지하고 지탱해주고 있다는 것.

그리하여 이 책은 읽는 이의 구체적인 행동 변화도 자연스럽게 촉구한다. 나는 어떤 원칙을 지키며, 어떤 것을 자제하며 살고 있는가. 배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더 밝히 알려고 노력하는 것과 동시에, 내 손과 발의 행동 패턴을 교정하려 애쓰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이것은 마치 여러 겹의 거미줄에 붙잡혀있으면서 그 중 실 몇 가닥을 잘라내려고 발버둥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자기 모순 속에 빠지는 것일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그 안에 뛰어듦으로써 계속해서 고민하고 괴로워해야만 뭔가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길을 찾을 가능성은 아예 없는 것.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의 예를 들면, 나는 '어지간하면 자동차는 소유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오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문제의식은 공유하더라도 또다른 접근 방법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가 주는 유익 또한 분명히 있는 것이므로. 그러므로 (나처럼 자동차를 아예 사용하지 않겠다고 배제해버리는 것에 비해서는) 이 책에 소개된 car sharing - 사람마다 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에만 공유 차량을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제도 - 이 좀 더 적절한 방식이라고 느꼈다.

(어떤 기술 - 예를 들어 자동차 - 을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로 사용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기준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외부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이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좀 더 생각해볼 문제.)

책의 마지막 글에서 고무적으로 소개한 사례 - 전기에너지 정책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학습, 토론과 합의 과정 - 에서 보여주듯, 과학기술 관련 정책에 있어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은 두 말할 여지가 없이 중요하다. 그런데, 황우석 사기 사건 때 많은 남한 사람들이 보여준 모습은 그 사회적 합의의 결과가 무서운 모양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결국,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 10점
강양구 지음/뿌리와이파리


+ 의식 있는 젊은 기자가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덕분에 다소 무거운 주제들임에도 쉽게 읽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해줄 만하다. 각 주제에 대해서 더 읽어볼 만한 책들을 소개해주고 있어서 매우 훌륭한 입문서 역할을 할 수 있겠다.


덧글

  • battosai 2008/03/20 23:37 # 삭제

    car sharing이라는 제도 정말 좋죠. 저도 공짜로 누가 차를 주지 않았으면 car sharing을 하려 그랬는데 말이죠. 경비도 절약되고 편리하고 환경도 보호하고 등 등 정말 이점이 많더라구요. 그런데 아무리 좋은 제도도 결국 인간이 쓰면 다 이익산업이 되어 버리고 기업화가 되는것 같아요.
  • yiaong 2008/03/21 13:52 #

    그렇군요. 그래도 그 제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적정 수준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정도라면 뭐, 기업화해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 싶어요. 어쨌든 그로 인한 좋은 점이 더 많다면야.

    오호, 근데 그 차를 공짜로 얻으신 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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