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 {b단조 미사 Messe in h-moll BWV 232}, 예술의전당 Seoul Arts Center by yiaong


지난 2월 27일에는 Bach{b단조 미사} 연주회가 있었다. {마태 수난곡}과 {요한 수난곡}, 두 수난곡과 더불어 Bach의 대표적 종교음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다음날에는 그 두 수난곡의 연주회도 있었다. 맘 같아서는 다 따라다니면서 듣고 싶었다.)

연주자들은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합창단(Thomanerchor Leipzig)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Gewandhausorchester zu Leipzig), 지휘는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빌러(Prof. Georg Christoph Biller)라는 사람. 바로 Bach가 만년에 직접 이끌었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라고 한다. 무대가 환해지면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나 했을까 싶은 웬 꼬마애들이 줄줄이 들어오는데 - 나중에 보니 8세부터 18세까지의 소년들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 '쟤들이 뭐 음악을 알까?' 하는 마음이 들었으나 그 생각은 첫 곡 시작하자마자 부끄러움으로 바뀌게 됐다. 내게는 독창자들의 성숙한 목소리보다 소년들의 합창이 훨씬 더 아름답게 들렸다. 독창자 중에는 알토 가수의 리듬과 음정이 좀 불안정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악기들 중에는 트럼펫 소리가 단연 내 귀를 사로잡았다. 맑고 시원하게 뿜어져나오는 그 소리는 정말 하늘에서 울려퍼지는 천사들의 소리를 상상하게 할 만했다. 일어서서 독주를 하기도 했던 여성 플루트 연주자의 다이내믹한 몸놀림도 참 예뻤다.

사실 이 음악은 수난곡에 비해 큰 재미는 잘 못 느끼던 음악이었다. 수난곡들은 일단 이야기가 있으니 - 비록 가사를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 그 진행을 따라가며 인물들에게 감정이입도 해보고 절정 부분의 파토스도 같이 맛보는 재미가 있는 반면 이 음악은 '미사곡'이라는 형식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다지 정이 잘 안 갔는데, 음반으로만 듣던 것을 실제 보면서 들으니 한결 친근하게 느껴졌다.

남들 다 일어나서 노래하는데 딴짓(?)하다가 몰라서 뒤늦게 일어나기도 한 귀여운 꼬마 합창자들을 보며 연주는 막바지로 달려갔다. 맨 마지막 곡 "도나 노비스 파쳄 Dona nobis pacem" 을 부를 때는 이전 곡들과는 달리 악보도 보지 않고 고개를 들고 열심히 소리들을 내었다.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다. 평화를 주소서, 평화를 주소서.

*

공연 안내에는 '모든 연주가 끝나면 반드시 30초 이상 여운을 두고 박수를 보내라'고 나와 있었다. 이 거대한 종교음악이 끝난 뒤의 침묵도 감상의 일부라는 것. 허나 성급한 몇 관객들이 3초 후부터 열렬한 박수를 친 덕에 그러한 침묵까지는 누리지 못했다. 좀 아쉽다.

공연 안내 책자는 삼천 원이라는 싼 값에, 만족스럽게 잘 만들어져있었다. 특히나 라틴어 가사와 한국어 번역이 나와있는 것이 아주 좋았다. 맨 뒤에 실린 음악칼럼니스트 정준호의 글 'J.S.바흐 {b단조 미사} 명반 컬렉션 - 양식화된 영광과 심판, 수난과 부활' 가운데 일부를 옮겨본다.

바흐의 {b단조 미사}는 {마태 수난곡}과 함께 바로크 교회 음악의 절정을 고하는 작품이다. 그는 평생을 중부 독일 작센의 여러 궁정과 교회에 봉직하면서, 전 유럽 음악을 흡수하고 발전시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했다. 향후 서양 음악 200년의 근간이 되는 요소가 이 곡에 들어있다. 즉 프랑스의 모음곡 양식, 이탈리아 협주곡 양식의 오블리가토와 다카포 아리아, 영국의 다성 합창과 춤곡 양식뿐만 아니라, 폴란드의 궁정 음악까지도 바흐 칸타타의 자양분이 된다. 바로 칸타타 구성에 오라토리오의 성격을 가미한 것이 {마태 수난곡}이요, 가톨릭 전례라는 당의(糖衣)를 입힌 것이 {b단조 미사}이다.


위의 글에서 추천한 음반들 중 하나는 르네 야콥스Rene Jacobs의 것이었다. 내가 갖고 있는 건 필립 헤레베헤Philippe Herreweghe의 것인데, 이것도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수입] 바흐 : 미사 b단조 BWV 232
Rene Jacobs/Berlin Classics



+ 참고:
공연 안내 -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 성 토마스 합창단, J.S.바흐 {b단조 미사} 전곡 - 예술의전당
잡지 기사 - 복음처럼 다가오는 바흐의 '큰 음악' - 시사IN (2008년 1월 30일)

덧글

  • battosai 2008/03/20 23:40 # 삭제

    저는 개인적으로 수난곡보다는 B단조 미사를 더 많이 들었던것 같아요(수난곡의 형식이 그다지 와닿지 않는것 같아요). 그런데 미국온 이후로 B단조 미사를 한 번도 못 들었네요. 포스팅 보니까 막 듣고 싶어지네요.
    이번 고난주간에 보스톤 곳곳에서 바흐 연주회가 '공짜'로 열리더라구요. 그래서 하루 동안에 마태수난곡과 요한수난곡을 동시에 듣는 대단한 도전을 해 볼까 생각중이에요. 빨리 보스톤으로 오세요...
  • yiaong 2008/03/21 13:50 #

    이야, 대단한 도전 결과가 어땠는지 후기를 꼭 들려주세요. 도시 곳곳에서 바흐 연주회가 공짜로 열리는 풍경, 참 그립(?)군요.
  • battosai 2008/03/23 02:48 # 삭제

    결국 하나는 포기했습니다..하나만 듣는것도 힘들더군요. 독일어로 열심히 따라가며 2시간 들었더니 정말 지치더라구요 (대신 하루의 시간차로 바흐의 칸타타를 듣기로...) 그립죠? 저희 떠나기 전에 빨리 오세요.
  • yiaong 2008/03/23 19:16 #

    그건 정말 스타워즈 한 큐에 끝내기보다도 더 어려울 것 같네요.
    그나저나 요즘은 좀 덜 바쁘게 지내시나봐요. 음악도 자주 들으러 가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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