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을 삼키고, 명랑! _ 우석훈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by yiaong


경제학자 우석훈이 일간지 등의 매체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칼럼집이다. 이 분은 스스로 자신의 블로그에서도 '뼛속까지 경제학자' 라고 밝히는 분이다. "뜬구름 잡는 허황된 얘기 말고 제발 '돈'으로 계산해서 얘기해줘" 라고까지 말하는 분인데, 기본적으로 그러한 관점에서 출발하여 바라본 남한 사회의 모습, 즉 돈의 흐름과 크고 작은 정책의 결정과 집행을 지켜보며 진단한 남한 사회의 모습은 참으로 '어이없고 웃기는' 일들이 너무 많아 '슬프고 화나는' 지경의 모습이다. 하지만, 괜히 심각한 척하고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는 것으로는 절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믿는 지은이는 울분이 터지는 현실을 얘기하면서도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거기에 더해 '명랑'하기까지 하자고 제안한다.

이른바 '진정성'이라고 하는 말에 담긴 맹목성과 주술성에 대한 비판, 한미 FTA와 그 체결 과정에 대한 여러 차례의 경고, 지율 스님 사건을 어떤 눈으로 보아야 하느냐에 대한 차분한 진단 등, 짧은 길이이지만 어느 글 하나라도 허투루 넘길 것이 없다. 그 예리한 시각이 보여주는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 앞에 때로는 한숨 쉬며, 때로는 눈 부릅뜨며 같이 마주서게 된다.

그 중에서도, 숨이 멎게 만드는 글 하나가 있었다. "이라크 파병, 보이지 않는 전쟁의 시작" 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만약 동맹국과의 외교 문제라거나 혹은 지역에서의 헤게모니 같은, 조금은 입체적이고 복잡한 이유를 대고서 파병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파병을 이끌어가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기본적인 논의는 바로 국익이었다.
(...) 절차적 의미의 민주주의만으로는 우리나라의 참전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바로 이 이라크 파병을 통해 나는 전혀 다른 방식의 생각과 개념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어떻게 다른 힘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셈이다.
황우석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황우석에 열광하는 힘은 분명 국익을 위해서는 파병해도 좋다고 하는 힘과 같아 보인다. 20년 후에 남지나해를 돌아오는 우리나라의 유조선을 중국의 군함이 막아서는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 혹은 시베리아에서 동해를 돌아오는 가스 송유관을 일본이 막아서는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정부의 희망대로라면 4만 불 국가가 되어 있을 시점이고, 현재의 에너지 탄성치라면 지금보다 3배 이상의 석유환산톤(TOE)을 소비하는 세계 3위 내의 에너지 대소비국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아니면 베트남이 태평양 심해유전에서의 석유 채굴을 막아선다면? 지금의 국민들이 그대로 20년 후의 국민들이라고 한다면 볼 것도 없이 전쟁이다.


두려움이 엄습한다. 이런 전망을 단순한 호들갑 또는 협박성 진단이라고 취급하기에는, 여러 징후가 곳곳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국수주의, 쇼비니즘, 극우파,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파생될 파시즘. 앞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매우 큰 거대한 위협이라고 지은이는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도) 종종 경고한다.
책 맨 뒤의 글에서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말한다. "우석훈의 글은 더 많이 읽혀야 하며, 우석훈의 질문은 더 많이 공유되어야 하며, 우석훈의 전선에는 더 많은 동지들이 참여해야 한다. 그냥 한마디로, 우리 시대를 견디기 위해서, 도래해야 할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서,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우석훈을 읽어야 한다."
그 말에 깊이, 공감한다.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 8점
우석훈 지음/생각의나무



ps. 머리말에서 밝힌 대로 '노무현 시대의 비망록'이라 할 만한 글들의 모음인데, 각 글이 쓰여진 날짜가 없어서 좀 아쉽다. 각 글들이 언급하고 있는 사건들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던 시점에 쓰여진 글인지를 알면 좀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석훈 특유의 문장 오류들이 간혹 보인다. 즉, 생각의 속도를 손가락이 미처 따라가지 못해 가끔씩 발생하는 오류인 것으로 보이는데, 부정어 - '아니다' - 를 잘못 (혹은 여러 번) 사용하여 뜻이 반대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p35 맨 아랫줄) 비민족주의자 -> 민족주의자
(p76 여덟째 줄) 다르다면 -> 다르지 않다면

이 분이 평소에 온라인에서 쓰는 (덜 다듬어진) 글들에 좀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그러려니 넘어갈 수도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좀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책으로 묶일 때 한번 걸러졌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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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민군 2007/12/12 01:52 # 삭제

    요즘 무섭게 책 읽으시나봐요ㅋㅋㅋ
  • yiaong 2007/12/12 12:59 #

    아직 한참 모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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