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05일
"네놈들은 틀렸다!" _ Ha-Joon Chang {나쁜 사마리아인들 Bad Samaritans}
http://yiaong.egloos.com/3984533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들은 하나같이 다 틀렸다"고 외치는 책. 자신들의 올챙이적 시절을 생각 못하는(또는 안 하는) 부자 나라들은 개발도상국들에 대해 전면적인 개방을 요구하면서 그것이 개발도상국들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지금의 부자 나라들도 예전에는 높은 보호무역 장벽을 쌓아 국내 산업을 보호하였고 그것을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대로 완전한 자유무역을 통해 '지금' 잘 하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노키아는 아직도 나무나 베고 있고, 삼성은 여전히 수입된 사탕수수나 정제하고 있을 것"(p319)이라는 말이다.
많은 역사적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는데, 외국인 투자 규제 철폐, 공기업의 민영화, 지적소유권 강화 등 부자 나라들이 주장하는 것들은 개발도상국들의 발전을 가로막는 정책들이고, 개발도상국 경제 발전 실패의 원인으로 꼽기 좋아하는 부정부패와 문화적 한계(게으른 민족성 등)는 사실 핑계일 뿐이고 진짜 원인은 신자유주의적인 정책 그 자체라고 지적한다.
약간 어리둥절한 느낌도 좀 든다. 잘은 몰라도 어쨌든 지독한 경쟁 속에서 양극화 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이 신자유주의란 놈은 참 나쁜 놈이라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던 나이지만, 어쨌거나 현재의 세계적인 대세인 신자유주의의 주장들을 하나하나 다 뒤집으면서 "네놈들은 다 틀렸어!" 라고 외치는 이야기를 들으니, 통쾌하기도 하면서 어째 좀 반신반의하게 되기도 한다. 아니, 신자유주의라는 게 이렇게 허술한 주장이었단 말인가?
내심 장하준의 주장이 맞기를 바라면서도 좀 의아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이 사람의 분석틀이 좀 '헐겁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현상의 원인을 설명할 때에, 특히 그것이 한 나라의 '경제 발전'이라는 거시적인 현상일 때에는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은 분명한데, 이 지은이는 그것을 지나치게 단순한 인과관계로 치환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경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어느 부분이 이상하다고 꼭 집어 얘기하기는 어렵고 그저 느낌 뿐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지은이는 '신자유주의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개발도상국들이 발전에 성공했을 때 그것이 지금의 부자 나라들에게도 장기적으로 보면 이익이라고 말한다. 장하준은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날 때 (그들의 구매력이 커지므로) 부자 나라들의 시장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p333)고 말하는데, 지적소유권 논의에서 현재의 짝퉁 소비자들이 나중에 경제 발전 후에 진품 소비자들이 될 수 있다(p220 각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정도의 효과를 기대하면서 부자 나라들이 신자유주의를 버리고 '착한' 정책을 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단기적인 이익 때문에 가난한 나라들을 착취하기에 급급한 부자 나라들이, 개발도상국들이 안정된 궤도에 올라설 때까지 길게는 수십 년 씩이나 기다리려 하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에 따르자면 어쨌든 개발도상국들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든 안간힘을 써야 하겠지만, 모든 나라가 함께 발전하며 공존하는 길을 찾기 위해서는 부자 나라들에 대해 조금 더 설득력있는 설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지은이는 어쨌든 '다같이 경제발전을 이루는' 것이 최선이라는 전제를 갖고 있는 듯한데 이러한 시각을 생태주의 쪽에서 바라보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과연 지속가능한 모델이 성립할 수 있는지가 좀 궁금하다.
장하준이라는 유명한 경제학자의 책을 처음 본 소감은, 흥미로운 이야기이기는 한데 글 읽는 재미는 그다지 크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기존의 통념을 깨는 선명한 자기주장이 있으니 재미있을 법도 한데, 그 주장이란 것이 마치 손바닥 뒤집듯 '그저 반대로만' 하면 된다는 듯이 들리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다른 분야도 대체로 그렇겠지만) 이 경제학자가 어떤 계열의 학파에 속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이 사람의 주장이 어떤 맥락 속에 있는 것인지 이해하는 데에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외한으로서, 더 많은 독서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겠다.
얼마 전에 새로 나온 지승호와의 인터뷰집 {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에서는 좀 더 풍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한번 기대해본다.
![]() | 나쁜 사마리아인들 - ![]()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부키 |
ps. 사소한 지적 하나. 프롤로그에 나오는 가상 시나리오에 '트레스 에스트렐라스'라는 이름의 회사가 등장하는데, 만약 이것이 스페인어 Tres Estrellas(세 개의 별)라면 '트레스 에스트레야스', 더 정확히는 '뜨레스 에스뜨레야스' 로 읽어주는 것이 맞다.
마찬가지로 227쪽에 나오는 아르헨티나 전직 경제 장관 Domingo Cavallo도 '카발로'가 아닌 '까바요'(어떨 때는 '까바죠'에 더 가깝기도 한)로 읽어주는 것이 원음에 더 가깝다.
참조 링크:
Bad Samaritans: Rich Nations, Poor Policies and the Threat to the Developing World - Amazon.co.uk
# by | 2007/12/05 08:54 | 책 libro | 트랙백(1) | 핑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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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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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사께서는 얼마전 한미 FTA는 야구의 만루홈런이라고 말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죠.
근데, 만루홈런이면 한 쪽은 신나고 다른 쪽은 폭삭 망하는 것일 텐데, 이 양반이 그런 의미로 쓴 걸까요? --a
미 하원이 FTA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자동차 산업이 죽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자동차 회사의 로비가 민주당에 크게 작용했겠죠. 이 대사의 강연 내용과 사적인 자리에서 밝힌 FTA 소감은 이번주 보스톤코리아를 참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