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rid: {Las Meninas} by Velázquez by yiaong





Velázquez, Las Meninas (1656)
(그림출처: 벨라쓰께쓰 - 위키피디아)


아무 때라도 어렵지 않게 가볼 수 있지만 (혹은 그렇기 때문에) 한참 동안이나 안 가보고 있다가 오늘 모처럼 다시 찾은 쁘라도(Prado) 미술관. 천천히 1층만 슬쩍슬쩍 구경하다 왔는데,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은 이 그림이었다. 벨라쓰께쓰(Velázquez)시녀들(Las Meninas, 라스 메나스). 예전에 처음 봤을 때는 조금 헷갈렸다. 아니, 왜 화가가 저기 떡하니 들어가있는 거야. 거울에 비친 사람들도 있고, 대체 누가 누굴 그리고 있는 거지? (인터넷을 얼핏 보니, 이 그림이 보여주는 게 어떤 상황인지는 사람들마다 좀 다르게 해석하는 것 같다.)

일단 내 눈에 보이는 그대로 단순히 해석하자면, '시선의 역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그림을 보고 있는 관람객이 서있는 자리에 왕과 왕비가 서있는 거다. 화가는 그 부부를 그리고 있고, 어린 공주가 그 광경을 보러 놀러왔다. 시녀들이 공주를 따라와서 시중을 들고 있고. 결국, 이 그림은 '화가가 부부를 그리고 있을 때, 부부는 과연 무엇을 보았겠는가' 를 그린 것이다. 그 부부의 시선으로 관람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고. (저 그림 속 캔버스에 그려지고 있는 그림이 혹시 바로 이 그림일까? 그렇다면 더 재미있게 꼬여드는 것이겠지.)

그림이란 게 기본적으로 '화가의 눈으로 본 세상'일 것일진대, 그걸 완전히 뒤집어서 화가의 시선을 받고 있는 그 대상이 본 세상을 그리다니. 단순히 왕과 왕비의 그림이었으면 이 미술관에 있는 숱한 인물화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별로 재미없는 그림이 될 텐데, 이렇게 시선을 뒤집어버리는 통에 아주 기발하고 또 많은 이야기거리가 숨겨져있을 듯한 재미있는 작품이 되었다. Picasso가 이 그림에 매혹되어 자기 스타일로 여러 모양으로 다시 그렸던 작품들을 Barcelona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이해할 만하다.

(맨 오른쪽의 꼬마 여자아이는 난 오늘 처음 발견했다. 겁도 없이 커다란 개를 발로 슬슬 건드리고 있다니, 하하하. 게다가 저 귀여운 얼굴은 지금이라도 동네에서 오가며 만날 수 있는 정겨운 얼굴 아닌가. 아 이쁘다이뻐. ^^)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고도의 계산을 통해서 작품을 만들어냈을 이 화가는, 정작 이 그림 안에서는 '뭐, 별로..' 라고 김빠지게 말할 것 같은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이 사람, 새삼스럽게 참 맘에 든다. :)


(2007년 6월 3일, Madrid 마실 나가서.)


덧글

  • 말리꽃 2007/06/04 12:49 #

    그림 맘에 드네~ 근데 저 중간에 저여자애는 많이 봤는데? 이사람이 아니었던거 같던데...
  • yiaong 2007/06/04 22:32 #

    ㅎㅎ 닮은 사람이었는지도? 난 어제부터 이 화가 좋아하기로 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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