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히 따져보는 FTA _ 송기호 {한미 FTA의 마지노선} by yiaong


"악마는 각론에 숨어 있다" 는 부제를 달고 있는, 한미 FTA의 주요 쟁점들을 살펴보는 책. 한미 FTA 자체가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 하는 것을 따지기보다는 그 안에 포함될 세세한 항목들에서 위험한 것과 우리가 지켜야 할 것, 얻어내야 할 것들을 따져보자는 책이다.

이미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인 때에 책이 나온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단 지은이는 FTA 자체를 애초에 거부하지는 않는다. 다만 각론들을 하나씩 짚어볼 때에 나타나는 태도는 상당히 비판적이다. 투자자 국가제소권의 위험성을 설명하면서는 NAFTA에서의 실제 중재 회부 사례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미국인 투자자들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반면 미국 자신도 캐나다 기업들에 의해 국제 중재에 회부당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 국가제소 제도를 끊임없이 변형시키고 있다고 한다. 어느 쪽이든 투자자의 이익을 공평하게 존중하기 위한 제도라기보다는 미국의 이익만을 위한 제도라는 것이 드러나는 것.

지은이가 이 책에서 언급한 항목들을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쌀 - WTO에서 일단 결론이 난 것으로 사실상 FTA에서 논의할 사항은 아니다. 원래 쟁점이 될 필요조차 없는 것 때문에 다른 것을 내어준다든지 하면 안 된다.

투자자 국가제소권 - 위에서 얘기한 대로 가장 위험한 사안. 한국의 공공정책을 포함하여, 미국인 투자자가 보기에 '돈이 될 만한' 것들은 모두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FTA에 포함시키지 않기 위해 끝까지 싸워야 하는 쟁점.

식품과 약품 - 국민 건강이 흥정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광우병, 유전자변형식품, 농약 사용 기준 등에 대해서 우리 자체의 엄격한 검역 관리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반덤핑 - 우리 상품의 미국 진출을 막는 것은 관세가 아닌 반덤핑 장벽(무역구제)이다. 이 벽을 무너뜨리지 못하면 FTA는 실패다.

취업 비자 - 인적 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로서는 꼭 얻어내야 할 사항. 미국을 단순히 상품시장으로 볼 게 아니라 '최고 수준의 고용 시장 혹은 직업훈련시장' 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밖에 우리나라의 통상행정 시스템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장이 하나 더 포함되어 있고, 우리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쓰고자 했던 전라북도의회의 조례안이 거부된 판결문 등이 부록으로 포함되어 있어 흥미를 끈다. 우리가 우리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먹겠다고 하는 것도, 이제 전지구적인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는 금지되는 세상인 것.

주석도 충실하게 달려 있고 뒷부분에 '찾아보기'도 잘 정리돼 있다. 전문 용어들이 많이 나오는 이런 책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지. 책도 가볍고 깔끔하게 만들어져있어 보기에 좋다.

* * *

세 권쯤 읽으니 대강 FTA가 어떤 것인지, 어떤 게 문제가 되는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예의 주시하면서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잘 살펴야 할 듯.
이제 좀더 기본적인 경제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싶다.


한미 FTA의 마지노선
송기호 지음/개마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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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딘가 닿겠지 : 한미FTA 정국을 지나며, 갈팡질팡 넋두리 2011-11-28 03:13:59 #

    ... . 한미FTA에 대해서는 (남의 일 아니라는 생각에)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고, 나름대로 알아보려 책도 몇 권 읽기도 했다 (우석훈(반대), 최병일(찬성), 송기호(반대)의 책들). 그리고는 FTA 반대의 태도를 자연스레 취하게 되었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경제를 잘 모르는 일개인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판단하기에는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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