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였다는군 _ {The Chronicles of Narnia: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by yiaong


연말연시 기분에 빠져서 게으르게 지내다보니, 게다가 요즘 '낮'의 일이 너무 많아져서 '밤'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다 보니 어느새 이 영화 본 지가 석 주나 지났다. 기억도 가물가물. 얼마 안 남은 기억마저 다 사라지기 전에 메모.


- 가장 중요한 것은 그거였다. 이게 동화임을 기억하고 봐야 하는 것. 난 그걸 미처 모르고 보면서 어리둥절하다가, 중간에서야 알아차리고 '어린이 모드' 로 스위칭했다. 그제서야 마음 편히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

- 처음 이 제목을 들었을 때, 뭐 이런 웃기는 제목이 있나 싶었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세 단어의 조합.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제목이 딱 핵심임을 알 수 있었다.

- 옷장 속 나라의 신비로움을 소재로 택한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 정말 궁금하지 않았던가? 저 벽장 문을 열면 어쩌면 환상 속의 신비한 나라로 통하는 길이 나타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천년여왕}이라는 만화영화에 대한 기억도 슬며시 겹쳐진다. 거기서도 벽장이 중요한 통로였거든. (정작 내용은 하나도 생각 안 나지만. 주제곡은 생각나는데. ^^)

- 가장 이해가 안 된 것은, 도대체 저 셋째 아이가 저지른 죄목이 정확히 무엇이기에 벌을 받아야만 했는가 하는 것이었다. 배신자라고는 하는데 누굴 배신해서 누가 피해를 입었기에 벌을 받아야 한다는 거지? 그것 참 이상하다..

- 마녀의 카리스마는 굿. 오버스럽지 않은 적절한 차가움과 표독함, 그리고 위엄을 보여주었다.

- 툼누스는 정말 매력있는 인물. 저런 친구 하나 옆에 있으면 참 재밌을 것 같다.

- 구체적인 배경 설명이 부족하고 사건들의 밀도도 균일하지 않아서 적극 공감하며 보기는 좀 힘들지만, 나름대로 공들여 만든 영화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일단 뭐, 동화니까. :)



(directed by Andrew Adamson)


덧글

  • joybro 2006/01/21 14:00 #

    동화임을 인정하고 봐야한다는 것에 절대 동감이네요ㅎㅎ
    그걸 끝까지 못 해내서 전 꽤나 재미없게 보고 말았습니다.
    블로그 잘 보고있습니다 ^^
  • yiaong 2006/01/21 23:21 #

    하하, 역시 그렇죠?
    처음 뵙겠습니다. 보고 계신 분이 있는 줄 몰랐네요. ^^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까까 2006/01/23 03:20 # 삭제

    내 블로그에 썼듯이 위 영화를 미국친구 2명과 함께 봤는데 둘 다 울더라구. 특히 사자가 죽을때는 흐느끼면서..
    둘 다 나 보다 10살정도 연상임을 감안할때 그 두명이 정말 순수하고 맑거나 아님 내가 세속(?)에 찌들어서 전혀 순수함이 없거나.--;
  • yiaong 2006/01/23 12:34 #

    아마 당신 - 또는 우리 - 이 믿음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흐흐흐.
  • battosai 2006/01/23 15:05 # 삭제

    의외로 한국에서 나르니아 연대기를 아는 분이 많지 않다는데 놀랐어요. 저는 1970-80년도 쯤에 인쇄된 고풍스런 명조체에 아주 유치한 삽화로 장식된 번역본을 하나 가지고 있었죠. 다 큰 놈이 유치한 동화책 본다고 주위 사람들한테 무지 무시많이 당했는데(그런데 미국에 와서 중고책방에 돌아 다녀 봤더니 또 그 유치한 삽화가 오리지널이라면서 제일 높이 쳐 주더군요).... 한국 개신교 측에서는 루이스의 다른 저작들은 열심히 읽으면서 나르니아를 무시한 반면, 한국 카톨릭 쪽에서는 나르니아 연대기 전체를 꾸준히 계속 출판해 왔던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만들기 이전에도 제가 알기로도 2번 이상 영화 혹은 에니메이션으로 제작이 되었고, 한국에도 소개가 되어 있었고, 기독교 서점에서 어렵지만 구할 수는 있었죠 (그 중 에니메이션을 가지고 고등부 수련회를 한 기억도 있네요 --;;) 요즘 미국에서는 루이스에 대한 재조명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특히 루이스를 프로이드와 비교하는 연구와 저작들이 아주 인기를 쳤죠...주저리 주저리...시험 준비 중이라 요점 없고, 내용 없고, 상대방 배려 없고...
  • battosai 2006/01/23 15:11 # 삭제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나르니아의 재발견은 그다지 탐탁하지 않군요. 물론 이 영화가 현재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 운동의 일환이라고까지는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튼 이 시점에서 루이스를 다시금 불러온 이유가 뭔지 궁금하군요. 특히 반지의 제왕 이후 탄탄한 판타지 고전을 찾고자 하는 할씨 동네 아저씨들의 상업주의도 반갑지도 않구요. 반지의 제왕 이후 크기에 집착하는 영화들이 너무 많아진 것 같아 좋지도 않구요. 크기에 집착하다가 자신만의 색깔을 잃어버리는 감독들이 하나 둘 생기는 것 같더라구요 (혹시 무극 보셨나요?...제가 이렇게 말하면 서양식의 환타지와 동양식의 환타지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다고 할지도, 서양식 환타지에 길들여진 제국주의적 기호를 가졌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요...) 역시 요점 없고, 내용없고, 상대방 배려 없는 글쓰기를 하고 있네요.
  • yiaong 2006/01/23 18:43 #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군요. 제 뒷자리 앉은 친구도 그러던데, 어릴 때 이 작품을 접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나르니아' 라는 발음을 고집한다는 것. :)
    나중에 시간 나시면 루이스라는 사람에 대해서 한번 소개를 해주세요. 저도 누군지 거의 모르고 있어요.

    (무극은 아직 못 봤어요. 개봉을 했던가..?)
  • 견뎌내기 2006/01/29 10:07 # 삭제

    저는 이 책,
    몇 년 전에 번역된 책이 없는 줄 알고 원서로 읽었었는데요,
    영어가 짧아서 그랬는지, 기독교 원리에 대한 지식이 짧아서인지
    집단 무의식에 대한 상징들에, 창조신화, 창조멸망 원리 등등,
    참 어려운 철학들을 쉬운 이야기에 풀어서 참 재미있게 지은 이야기라고
    감탄했었어요. 그냥 그런 쉬운 아이들만 읽는 동화책은 아니었었는데...

    어쨌든
    첫 번째로 영화화 되지 말고 그냥 아주 재미있는 동화책,
    혹은 상징으로 가득한 심오한 재미있는 책으로 남아야 했을 책이
    상업혼에 영화화 된 것에,
    정말 좋은 감독을 만나지 못하고 좀 난처한 영화가 된 것에
    심심한 위로의 마음 두 장을 ~ ^^,,

  • yiaong 2006/02/01 02:00 #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로만 보면 영화도 잘 만든 편이기는 한데, 아무래도 원작이 주는 느낌에는 많이 미치지 못할 것 같아요.
    근데 책은 참 괜찮은가보군요? 이것도 '언젠가 한 번은 보고 싶은 책 목록'에 일단 올려두어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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