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8월 11일
혼인서약 & 예식 간단 리뷰
http://yiaong.egloos.com/4545077
기억하고, 거듭 다짐하기 위한 기록.
(이날, 신부의 빼어난 글솜씨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내주었다. 난 내가 쓴 걸 읽다가 울게 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
혼인 예식이라는 큰 이벤트는 비록 신랑 신부가 주인공이기는 하더라도 신랑 신부가 콘트롤할 수 있는 범위 바깥의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지금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건가?' 하며 순간순간 신경쓰이고 궁금한 것들이 떠오르는데도, 이미 내가 관여하기에는 너무 큰 스케일의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터여서 잠시 뒤에는 그냥 마음을 접고 편안하게 참석(?)하게 되더군. 그저 그 이벤트의 구성원 중 일부로서.
+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존경하는 목사님께서 주관해주신 예식이 참 차분하고, 진지하고, 감동적이었다. 이것만으로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 더운 날씨이고 서울이 아닌 지방인데도 기꺼이 찾아와주신, 예상보다 많은 손님들이 참 고마웠다. 연락도 제대로 못 했는데 와주신 분들도 있어서 너무나 죄송스럽고 더 고맙기도 했고. 음식이 부족했다던데 식사는 제대로들 하셨을지...
+ 축가를 불러준 두 분, 참으로 감사하다. 노래들을 들으면서 참 행복했다.
'사랑가' 들으면서는 맘 같아서는 추임새를 넣어드리고 싶었는데 내가 아직 추임새에 서툴러서 그리 못한 게 좀 아쉽다. 맑고 시원하게 터져나오는 판소리 한 대목, 저절로 웃음이 빙긋 나왔다.
'다행이다'를 불러준 좋은 친구, 자칫하면 밋밋할 수 있는 노래를 감정을 잘 살려서 가사도 잘 전달하면서 호소력있게 불러주었다.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뽐내려고 끝부분에 살짝 집어넣은 변주도 애교있었고.
+ 배후에서 실질적으로 애써준 가족들, 부모님들. 이분들이 사실상 이벤트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치다꺼리하느라 고생한 처제의 수고도 빼놓을 수 없고.
+ 한여름 비수기인지라, 그날은 다른 예식이 없어서 우리끼리 맘 편히 널널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게 참 다행이었다.
+ 올여름 날씨는 어김없이 주말이면 비가 오는 엄정함(?)을 몇 주째 보여주고 있었으나, 이날은 다행히도 하늘이 우리를 잘 봐주시어 날씨가 맑았다. 최소한 예식 끝나는 시간까지는.
(예식 다 끝나고 나오는 길에 구름 몰려오고 천둥이 치는 드라마틱한 광경까지 연출되었다. 오..!)
- 전반적으로 훌륭했던 예식이었으나 한 가지 큰 흠이 있었다면 (이른바) 현악 사중주의 반주였다. 예식장 쪽에서 준비해준 팀이었으나, 거 참, 현악 사중주라고 이름붙이기에도 참 민망한 팀이었다. 음도 안 맞고, 박자도 못 맞추고, 게다가 하기 싫은데 억지로 끌려온 표정들을 하고 단상 위에 올라가 앉아있는 꼴이라니. (판소리 축가 때 얼핏 보니, 그나마 피아노 반주자분은 표정 - 즉 마음자세 - 은 좋아보였는데, 아쉽게도 이 분도 역시 음악성은 상당히 떨어지는 듯했다.)
- 사진사 아저씨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좀더 부드럽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면 표정들을 잘 지을 수 있었을 텐데.
(난 이날 찍은 사진들이 어떻게 나올지, 두렵다. --)
*
어쨌든 별 탈 없이 잘 마친 듯하여 참 감사하고, 다행이다. 도와주고 축하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사람이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것이 이렇게 고마운 일이구나, 생각이 든다.
이제 알게모르게 달라진 위치가 좀 어색하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열심히 잘 살면 될 일이다.
(이날, 신부의 빼어난 글솜씨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내주었다. 난 내가 쓴 걸 읽다가 울게 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나 아무개는 신께서 맺어주신 소중한 아내 아무개를 맞아들입니다. 세상의 많은 관계들 가운데 가장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게 된 당신, 그대의 따뜻한 입김이 내 가슴을 덥혀주었고 살아간다는 것이 참 기쁜 일임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이제 당신이 선물해준 기쁨, 늘 기억하고 감사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그대를 대하겠습니다.
나의 모남과 부족함 겸손히 인정하며 결점들은 하나하나 애써 고쳐나가고, 당신 인생의 동반자로 든든히 서기 위해 게으름부리지 않고 부지런히 노력하겠습니다. 어렵고 괴로운 순간이 오더라도 그대와 나 사이에 신뢰의 다리를 더 굳건히 쌓아가는 유익한 계기로 삼겠습니다.
당신의 삶이 나로 인해 더욱 빛나도록, 그대가 가는 길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 따뜻한 눈빛으로 응원하고 지지하며, 그대의 꿈과 재능 향기롭게 피어나도록 돕겠습니다. 힘들 때 언제라도 안길 수 있는 너른 품이 되어 당신 뒤에 늘 서있겠습니다.
이제 시작된 우리의 사랑을 완전에 이르기까지 키워나갈 것을, 하나님과 여러 손님들 앞에서 마음 다해 약속합니다.
나 아무개는 그대 아무개를 남편으로 맞이하여 아래와 같이 서약합니다.
앞으로 그대와 내가 함께 걸어야할 삶은 어려움과 기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갯벌이겠지요. 그런 현실 속에서도 한 가지 분명한 건 “내가 그대의 얼굴을 볼 것”이라는 점입니다. 얼굴을 통해 그대의 존재는 내 앞에 드러날 것입니다. 그 드러남 속에 내 얼굴을 보고, 그대의 무한한 얼굴에서 또한 그리스도를 볼 것입니다. 당신 얼굴에 드러났던 꿈들을 존중하고 지켜드리겠습니다.
사랑한다면서 무례하게 행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겠습니다. 그대가 성장할 고독의 공간을 존중하며, 서로가 성숙할 수 있는 배움에 소홀하지 않겠습니다. 없는 것들을 아쉬워하기보단 있는 것들을 안으며 살겠습니다. 우리의 삶엔 개구쟁이 같은 웃음이 가득하고, 토론의 목소리 또한 살아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깊은 갯벌 속, 살아있는 것들의 소리를 들으며 공명할 것입니다. 그것은 얄팍한 떨림이 아니라 깊은 울림일 것입니다. 가야금의 농현과 같은 그 울림 속에 변함없는 사랑과 돌봄으로 그대 곁에 있겠습니다.
물은 흐르고 구름은 흩어져도, 이 자리에 함께하신 부모님· 스승님· 나의 사랑하는 이웃들, 그리고 변함없는 자리에서 쉼 없이 운동하시는 그리스도… 이분들의 기억 속에 나 아무개의 약속은 언제고 살아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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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예식이라는 큰 이벤트는 비록 신랑 신부가 주인공이기는 하더라도 신랑 신부가 콘트롤할 수 있는 범위 바깥의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지금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건가?' 하며 순간순간 신경쓰이고 궁금한 것들이 떠오르는데도, 이미 내가 관여하기에는 너무 큰 스케일의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터여서 잠시 뒤에는 그냥 마음을 접고 편안하게 참석(?)하게 되더군. 그저 그 이벤트의 구성원 중 일부로서.
+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존경하는 목사님께서 주관해주신 예식이 참 차분하고, 진지하고, 감동적이었다. 이것만으로도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 더운 날씨이고 서울이 아닌 지방인데도 기꺼이 찾아와주신, 예상보다 많은 손님들이 참 고마웠다. 연락도 제대로 못 했는데 와주신 분들도 있어서 너무나 죄송스럽고 더 고맙기도 했고. 음식이 부족했다던데 식사는 제대로들 하셨을지...
+ 축가를 불러준 두 분, 참으로 감사하다. 노래들을 들으면서 참 행복했다.
'사랑가' 들으면서는 맘 같아서는 추임새를 넣어드리고 싶었는데 내가 아직 추임새에 서툴러서 그리 못한 게 좀 아쉽다. 맑고 시원하게 터져나오는 판소리 한 대목, 저절로 웃음이 빙긋 나왔다.
'다행이다'를 불러준 좋은 친구, 자칫하면 밋밋할 수 있는 노래를 감정을 잘 살려서 가사도 잘 전달하면서 호소력있게 불러주었다.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뽐내려고 끝부분에 살짝 집어넣은 변주도 애교있었고.
+ 배후에서 실질적으로 애써준 가족들, 부모님들. 이분들이 사실상 이벤트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치다꺼리하느라 고생한 처제의 수고도 빼놓을 수 없고.
+ 한여름 비수기인지라, 그날은 다른 예식이 없어서 우리끼리 맘 편히 널널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게 참 다행이었다.
+ 올여름 날씨는 어김없이 주말이면 비가 오는 엄정함(?)을 몇 주째 보여주고 있었으나, 이날은 다행히도 하늘이 우리를 잘 봐주시어 날씨가 맑았다. 최소한 예식 끝나는 시간까지는.
(예식 다 끝나고 나오는 길에 구름 몰려오고 천둥이 치는 드라마틱한 광경까지 연출되었다. 오..!)
- 전반적으로 훌륭했던 예식이었으나 한 가지 큰 흠이 있었다면 (이른바) 현악 사중주의 반주였다. 예식장 쪽에서 준비해준 팀이었으나, 거 참, 현악 사중주라고 이름붙이기에도 참 민망한 팀이었다. 음도 안 맞고, 박자도 못 맞추고, 게다가 하기 싫은데 억지로 끌려온 표정들을 하고 단상 위에 올라가 앉아있는 꼴이라니. (판소리 축가 때 얼핏 보니, 그나마 피아노 반주자분은 표정 - 즉 마음자세 - 은 좋아보였는데, 아쉽게도 이 분도 역시 음악성은 상당히 떨어지는 듯했다.)
- 사진사 아저씨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좀더 부드럽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면 표정들을 잘 지을 수 있었을 텐데.
(난 이날 찍은 사진들이 어떻게 나올지, 두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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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별 탈 없이 잘 마친 듯하여 참 감사하고, 다행이다. 도와주고 축하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사람이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것이 이렇게 고마운 일이구나, 생각이 든다.
이제 알게모르게 달라진 위치가 좀 어색하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열심히 잘 살면 될 일이다.
# by | 2008/08/11 14:33 | 자취 rastro | 트랙백 | 덧글(2)












